박서보가 극찬한 달항아리를 만나다

관리자
2021-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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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항아리를 극찬한 박서보 화백과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용순 작가(왼쪽).사진설명달항아리를 극찬한 박서보 화백과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용순 작가(왼쪽).
"몰입의 경지에 올랐군."

단색화의 거두 박서보 화백(86)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수년 전 서울 인사동 통인화랑을 방문한 그는 18세기 조선백자를 빼닮은 커다란 달항아리에서 좀체 눈을 떼지 못했다. 그는 "형식이나 테크닉을 뛰어넘은 경지가 느껴진다"고 감탄을 거듭했다. 알고 보니 김완규 통인그룹 회장이 발굴한 이용순 작가(60)의 작품이었다.

컬렉터로서의 안목으로도 유명한 박서보는 "생존 달항아리 작가 중 최고"라며 그의 작품을 직접 구매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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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보 작가가 극찬한 이용순 작가의 개인전이 통인화랑에서 열린다. 그의 이력은 다소 특이하다. 미술이나 도예 전공자가 아니다. 옛 도자(골동) 수리와 복원을 하다, 모작을 했고 그 경지가 너무 뛰어나 20년 전부터 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작가`로 불리는 것이 여전히 겸연쩍다"며 "나는 그저 어떻게 하면 18세기 달항아리를 고스란히 재현할까 그 고민뿐이었다"고 말했다.

이용순표 달항아리 특징은 예스러운 고전적 색감에 있다. 비결은 흙이다.

그는 "산에 가서 흙을 직접 캐다가 여러 가지를 첨가해 쓰기 때문에 일반 도자기보다 옛날 것과 흡사하다"며 "옛날 느낌의 근사치로 가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하양 태토의 색과 맑은 빛 유약을 만드는데 고군분투해 흙과 유약을 오로지 자신이 채취한 재료만을 고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달항아리는 보통 키가 50㎝ 넘으면 `특대`로 불린다. 삼성미술관 리움에 소장된 백자대호는 46㎝ 높이. 18세기 조선의 독특한 유산인 달항아리는 높이가 40~60㎝인 백자대호다. 두 개의 큰 사발을 따로 만든 뒤 이를 서로 포개어 항아리를 만든 다음 1300도가 넘는 불가마에 넣는다. 불의 엄정한 심판과 인고의 세월을 견딘 달항아리에 사람들이 위안과 숭고함을 느끼는 이유다.


김완규 회장은 "인위적인 기교를 철저히 배제한 무정형의 곡선과 순백의 빛깔은 오랜 시간 숙련한 인간의 솜씨와 불의 힘이 한데 어우러져, 사람이 만든 예술품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자연을 보는 듯한 감동을 준다"고 평했다.

경기도 여주에서 작업하는 작가는 "만들면 만들수록 부족함을 느낀다"며 "옛 선조들의 맛을 내는 게 제 작업의 목표"라고 말했다. 자신을 낮추고 비우는 것이 마치 텅 빈 달항아리와 닮았다. 전시는 6월 11일까지.


원문기사: https://www.mk.co.kr/news/culture/view/2017/05/353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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